제로웨이스트 배달 금지 30일 챌린지: 과연 성공했을까?
“오늘 저녁 뭐 시켜 먹지?”
이 문장은 나의 하루 중 가장 흔하게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야근 후 지친 몸으로 요리할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냉장고가 텅 비어 있을 때, 혹은 단지 귀찮을 때…
배달앱을 켜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한 습관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하루에 만들어내는 일회용 쓰레기의 80%가 배달로 인한 포장재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한 달만이라도 배달 없이 살아보자.”
그렇게 시작된 나의 배달 없는 30일 챌린지.
이 글은 그 도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진짜 가능한지, 얼마나 불편했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1. 도전의 이유 – 왜 하필 ‘배달’이었을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나는 분리수거에 익숙해지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일이 당연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쓰레기통에 넘쳐나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그 대부분은 배달 음식에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
- 뚜껑, 랩, 비닐봉투
- 1회용 수저, 젓가락, 물티슈
- 포장용 완충재, 종이박스
하루 한 끼만 배달해도 쓰레기는 최소 5~6개, 일주일이면 30개가 훌쩍 넘는다.
게다가 그중 상당수는 재활용이 어렵거나, 오염된 상태로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많이 쓰레기를 만드는 습관부터 바꾸기로 했다.
바로, 배달을 끊는 것.
2. 30일 챌린지 계획 – 무작정 끊기보다 전략적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배달을 끊으면 실패할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웠다.
주간 식단 계획 세우기
- 매주 일요일, 냉장고를 확인하고 한 주 식단을 미리 짰다.
- 주중 요리를 위한 재료를 미리 구매해놓고,
‘반조리 식단’으로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재료를 손질해 뒀다.
비상용 간편식 준비
- 일이 늦게 끝나는 날을 대비해 냉동밥, 즉석 국, 고구마, 삶은 달걀 등을 준비했다.
- 배달 대신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간식을 미리 마련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외식은 가능하되, 일회용기 없는 식사만
- 외출 시 간단히 외식은 허용하되, 포장 없이 매장에서 먹는 것만 허용했다.
- 다회용 수저와 텀블러를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다.
이런 준비 덕분에 챌린지를 실패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다.
3. 실제로 살아본 30일 – 불편함보다 달라진 감각
첫째 주: “배달 생각이 계속 난다”
첫 일주일은 배달앱의 유혹이 강력했다.
퇴근 후 무심코 스마트폰을 들고 배달앱을 열었다가 다시 지웠다.
‘오늘 하루쯤은 괜찮겠지…’라는 유혹이 수도 없이 밀려왔다.
그러나 냉장고 속 손질된 식재료를 꺼내 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주: 루틴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 번째 주부터는 루틴이 생겼다.
매일 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위한 재료를 미리 꺼내두고,
점심은 회사 근처의 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신기하게도, 배달음식에 대한 생각이 줄어들고,
요리하는 시간이 점점 즐거운 루틴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셋째 주: 쓰레기통이 가벼워졌다
3주차에는 확실한 변화가 눈에 보였다.
바로, 쓰레기통이 거의 비워지지 않는다는 점.
플라스틱 뚜껑, 포장지, 비닐봉투가 없으니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한 일반 쓰레기양이 확 줄었다.
특히 배달음식 쓰레기에서 늘 고민이던 기름 묻은 플라스틱 용기 처리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넷째 주: 음식의 가치가 달라졌다
마지막 주에는 내가 만든 음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직접 장을 보고, 손질하고, 조리한 음식은
양이 적어도 만족도가 훨씬 높고, 낭비가 줄었다.
배달로 음식을 받을 때는 쉽게 남기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내가 만든 음식은 남기기 싫었다.
음식에 대한 태도와 존중이 달라진 것이다.
4. 한 달 챌린지 이후,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30일이 지나고 나서 나는 아래와 같은 확실한 변화를 느꼈다.
① 쓰레기가 확 줄었다
일회용기 없는 한 달을 보내며 기존 대비 약 80% 쓰레기 발생량 감소.
플라스틱 포장, 비닐, 젓가락, 뚜껑 등 대부분이 사라졌다.
② 지출이 줄었다
배달비, 포장비, 최소 주문 금액을 감안하면 배달 1회당 평균 15,000원.
한 달 평균 20만 원 이상 쓰던 배달비가 10만 원 이하로 절반 이상 절감되었다.
③ 식습관이 건강해졌다
과식, 늦은 밤 배달 습관이 사라지고 규칙적인 식사 루틴이 생겼다.
음식물 낭비도 줄어들고, 식재료 소비 효율도 올라갔다.
④ 배달앱을 열 일이 줄었다
지금도 종종 배달앱을 켜보지만, 실제로 주문하지 않고 끄는 경우가 많다.
습관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5.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 (Q&A)
Q. 바쁜 사람에게는 배달 없이 살기 너무 어려운 거 아닌가요?
→ 맞아요. 저도 직장인이라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완벽한 요리’ 대신 ‘간단한 준비식’만 해도 충분했어요.
고구마, 샐러드, 냉동 국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어요.
Q. 꼭 100% 배달을 끊어야 하나요?
→ 아니요. 일주일에 하루라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의미 있어요.
일상에서 배달을 ‘습관’이 아닌 ‘선택’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배달 포장을 다시 활용할 수는 없나요?
→ 일부는 가능하지만, 기름 묻은 플라스틱 용기나 일회용품은 세척·재활용이 어렵고, 위생상 재사용도 제한적입니다.
애초에 발생하지 않게 줄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에요.
불편함보다 가벼움이 남는다.
30일간 배달 없는 삶을 살아보며 느낀 건,
불편함은 생각보다 금방 사라지고,
가벼움과 만족감은 훨씬 오래 남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만든 음식이 주는 정성과 책임감,
줄어든 쓰레기통의 가벼움,
다시 회복된 나의 식습관과 시간 감각.
모든 것이 배달을 끊음으로써 가능해졌다.
물론 앞으로도 배달을 완전히 끊을 순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원할 때, 필요한 때만 선택할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는 걸.
당신도 도전해보길 바란다.
일주일이든, 열흘이든, 한 달이든.
배달 없는 하루가 쌓이면
쓰레기 없는 지구도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