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DIY 생활용품: 치약부터 샴푸까지 직접 만들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고 결심한 후, 내가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욕실이었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쓰던 치약 튜브, 샴푸 플라스틱 용기, 비누 포장지가 갑자기 눈에 걸리기 시작했다.
재활용이 어렵거나, 미세플라스틱과 화학 성분이 포함된 제품들이 내가 매일 사용하는 생활의 기본이었단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걸 전부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을까?”
처음엔 막막했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를 단순히 ‘쓰레기 줄이기’가 아닌 나와 지구를 동시에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직접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6개월 동안 치약, 비누, 샴푸를 직접 만들고, 써보고, 개선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글은 그 좌충우돌 생활용품 DIY 체험기이자, 스스로 배운 제로웨이스트의 진짜 의미에 대한 기록이다.
1. 치약 만들기 – 입 안에 들어가는 것이니 더 신중하게
왜 직접 만들게 되었을까?
치약은 대부분 튜브 포장이다.
이 튜브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혼합된 복합재질이라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시중 치약 성분을 살펴보면 불소, 트리클로산, 인공 향료, 미세플라스틱까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치약은 매일 입 안으로 들어가는 제품인 만큼, 성분과 포장 모두 나에게 너무 큰 찝찝함을 안겨줬다.
나의 기본 레시피
- 베이킹소다 1큰술
- 코코넛 오일 1큰술
- 식물성 글리세린 1큰술
- 티트리 오일 또는 페퍼민트 오일 2방울
- (선택) 활성탄 파우더 소량
이 재료들을 유리 용기에 섞어 보관하면 완성이다. 사용 시에는 작은 나무 스틱으로 떠서 칫솔에 얹어 양치한다.
사용 후기
처음 며칠간은 익숙하지 않은 짠맛과 오일의 느낌 때문에 어색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자 입냄새 제거 효과와 세정력에 만족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성분 하나하나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아쉬운 점은 더운 날에는 코코넛 오일이 녹아 흐를 수 있어 냉장 보관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2. 비누 만들기 – 의외로 쉽고 재밌는 나만의 맞춤 클렌저
왜 만들었을까?
비누는 일견 친환경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플라스틱 포장지나 얇은 필름에 감싸져 판매되며,
내용물에도 합성 계면활성제, 팜오일, 인공향료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천연 비누는 가격이 높고, 무엇보다 원하는 성분이나 향을 고르기 어렵다.
그래서 '내 피부에 맞는 비누를 내가 만들자'는 생각으로 비누 만들기를 시작했다.
사용한 방식: MP 베이스 활용
나는 초보자였기 때문에 '콜드 프로세스(CP)' 방식 대신,
멜트 앤 포어(Melt & Pour) 방식으로 시작했다.
- 무향 MP 비누 베이스를 잘라 전자레인지에 녹이고
- 차가운 녹차 가루, 숯 가루, 건조 라벤더 등을 넣고
- 마지막에 에센셜 오일 몇 방울을 떨어뜨린 후
- 실리콘 몰드에 부어 굳히기
1~2시간이면 나만의 천연 비누가 완성되었다.
사용 후기
MP 베이스를 활용했기 때문에 거품이 풍성하고 사용감도 부드러웠다.
향도 세지 않고 은은해서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 내가 직접 고른 성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단점은 물에 오래 두면 쉽게 물러지는 점.
그래서 대나무 비누 받침대에 건조시켜 사용하는 습관을 들였다.
3. 샴푸 만들기 –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도전
왜 샴푸는 직접 만들기가 어려운가?
샴푸는 그 자체로 세정력, 향, 거품, 보존성까지 요구된다.
시중 샴푸는 대부분 액상형으로, SLS (합성 계면활성제), 실리콘, 합성 향료 등의 성분이
두피 건강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을 찾게 되었다.
내가 만든 방식: 고체 샴푸바 + 액상 샴푸 혼합 실험
- 고체 샴푸바 만들기 (초기)
- 액상 샴푸 DIY (추후 실험)
사용 후기
고체 샴푸는 처음 며칠은 머릿결이 뻣뻣했지만
1~2주 지나면서 두피 상태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각질도 줄고, 하루에 한 번만 감아도 뽀송하게 유지됐다.
액상 샴푸는 냉장 보관이 필요했고, 일주일 안에 다 써야 해서 번거로웠지만
성분에 대한 신뢰와 사용 후 가벼운 느낌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4. 직접 만들어 쓰면서 느낀 점 5가지
1) 쓰레기 없는 욕실은 가능하다
욕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던 치약 튜브, 플라스틱 용기, 비누 포장지가 사라졌다.
한 달에 한 번 쓰레기통을 비워도 될 정도로 쓰레기가 줄어들었다.
2) 비용보다 ‘시간’이 들었다
재료비는 처음엔 들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절약이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직접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생활 루틴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3) 불편함을 견디면 그 이상이 온다
처음에는 불편하다. 거품이 적고, 향이 약하고, 텍스처도 낯설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지나면,
내 몸에 맞고, 환경에 부담 없는 루틴이 자리 잡는다.
4)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퍼졌다
친구나 가족에게 비누를 나눠주자 반응이 좋았다.
“이게 네가 만들었다고?” 하며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
5) 소비자가 아닌 ‘만드는 사람’이 된 자부심
내가 쓰는 모든 것이 내 손을 거쳤다는 점에서
자신감, 자율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얻게 되었다.
불편함을 넘어서 얻은 진짜 지속 가능성
치약, 비누, 샴푸를 직접 만든다는 건 단순한 DIY가 아니다.
그건 나를 위한 선택이면서 동시에 지구를 위한 작지만 중요한 결정이었다.
내가 만든 제품은 예쁘지 않을 수도 있다.
포장도 없고, 향도 약하고, 거품도 적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정직한 성분, 쓰레기 없는 소비, 그리고 실천의 흔적이 남는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는 이제 욕실에서 조금 더 가볍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당신도 오늘, 치약 한 통이 다 떨어졌다면
‘직접 만들어보는’ 선택을 해보는 건 어떨까?
그 시작이 분명, 예상보다 큰 만족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