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로 살고 내 통장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더 풍요로워졌다 – 소비 줄이기 후기
“사는 게 줄었는데, 삶은 더 깊어졌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처음엔 일회용을 줄이고, 플라스틱을 거절하는 실천으로 출발했다.
텀블러를 챙기고, 장바구니를 들고, 리필 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는 쓰레기를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는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예쁜 고체 비누를 모으고,
친환경이라며 포장지까지 수집하며,
“환경을 위해서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그제야 알았다.
제로웨이스트는 ‘어떻게 소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덜 소비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소비를 줄이기로 결심했다.
불필요한 것, 습관적인 것, ‘갖고 싶은 것’들을 줄여보기로 했다.
이 글은 6개월 동안 소비를 줄여오며
내 통장은 분명 가벼워졌지만,
내 마음은 더 풍요로워졌던 그 변화의 기록이다.
1. 소비를 줄이기로 결심한 계기
제로웨이스트 실천 중에도
나는 매달 평균 6070만 원을 쓰고 있었다.
택배는 일주일에 12번씩 도착했고,
친환경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들을 끊임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다.
‘나는 환경을 위해 소비하고 있어’라는 생각은
사실 ‘나는 소비를 포장하고 있어’에 더 가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친환경 고체샴푸 3종 세트가 배송되었을 때,
이미 욕실에 2개나 있는 걸 보고
문득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위해 산다면서, 왜 자꾸 뭔가를 사?”
그 질문이
소비를 줄여보자는 내 첫 번째 마음이었다.
2. 소비를 줄이면서 했던 실천들
① ‘48시간 보류’ 원칙
무언가 사고 싶을 땐
바로 결제하지 않고,
48시간 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만 했다.
놀랍게도 10건 중 7건은
48시간 후에 다시 보면 “굳이 안 사도 되겠는데?” 싶었다.
효과:
- 충동구매 급감
- 후회 없는 소비 습관 정착
- 필요 vs 욕망을 구분하는 능력 생김
② ‘월간 택배 1회’ 제한
택배를 받는 날을 한 달에 1번으로 제한했다.
그 전까지는 담아두기만 하고,
매월 말 ‘정리 후 결제’ 방식으로 바꿨다.
효과:
- 불필요한 소품 소비 줄어듦
- 쓰레기 감소 (박스, 완충재, 비닐 등)
- 계획 소비 → 만족감 증가
③ ‘쇼핑 대신 쓰기’ 캠페인
집 안을 돌아보며
새로 사기 전 반드시 한 번은 ‘있는 것부터 써보기’로 정했다.
- 묵은 양념 소진 → 요리 창의력 향상
- 다 쓴 노트, 펜 재활용
- 안 쓰던 옷 리폼해서 다시 입기
효과:
- 물건의 가치 재발견
-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생김
- 물건과의 관계가 ‘소비’에서 ‘활용’으로 바뀜
④ ‘비소비 일기’ 쓰기
매일 밤, ‘오늘 안 산 것 1가지’를 일기로 기록했다.
예:
- “오늘 무심코 장바구니에 담았던 머그잔, 결제 안 했다.”
- “SNS에서 본 예쁜 텀블러, 잠깐 설렜지만 그냥 넘겼다.”
- “편의점에서 과자 사려다 냉장고에 있는 떡 먹었다.”
효과:
- 소비를 줄인 행위에 ‘성취감’ 부여
- 무의식적 소비 습관을 인식하게 됨
- 줄이는 것도 기록하면 자랑스러울 수 있다는 걸 느낌
3. 소비를 줄이고 나서 달라진 현실 변화
월 지출 변화
항목 | 실천 전 | 실천 후 |
생활 잡화 | 약 25만 원 | 8만 원 이하 |
온라인 쇼핑 | 15만 원 | 2~3만 원 |
식비 외 간식 | 10만 원 | 3만 원 |
총합계 | 평균 60~70만 원 | 평균 30만 원 내외 |
→ 한 달에 약 30~40만 원 절약
→ 6개월이면 약 200만 원 가까이 절약한 셈!
공간 변화
- 미사용 용품이 차지하던 수납 공간 → 텅 비고 여유 생김
-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불편한 시선 없어짐
- 욕실, 부엌, 책상 위가 정리되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편안해짐
정신적 변화
-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겨도 ‘당장 없어도 된다’는 인내력 생김
- 쓰레기가 줄어드니 가벼운 마음과 뿌듯함이 생김
- 물건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김
소비를 줄였더니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게 됐다.
4. 마음이 더 풍요로워진 이유
물건을 덜 사게 되자
나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풍요로워졌다.
1) 감정이 단순해졌다
→ 사는 것, 택배 기다리는 것, 정리하는 것에서 오는 피로가 줄어듦
2) 물건보다 ‘경험’에 집중하게 됐다
→ 플리마켓 구경, 직접 만들기, 집밥 요리 같은 활동이 늘어남
3) 여유가 생기자 관계가 부드러워졌다
→ 충동 소비 후의 짜증이 사라지고, 감정 기복 줄어듦
→ 가족, 친구와의 시간이 더 따뜻해짐
4) 소비가 줄자 ‘선택’의 기준이 분명해졌다
→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를 묻기 시작
→ 구매보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됨
내가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덜 갖고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어서
내 마음은 더 풍요로워졌다.
5. 소비 줄이기를 실천하고 싶은 사람에게 전하는 조언
“작게, 가볍게, 천천히 줄이세요.”
처음부터 소비를 확 줄이면
반동으로 ‘보복 소비’가 오기 쉽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한 개씩 줄이는 걸 추천한다.
- 하루 한 번 온라인 쇼핑을 멈추기
- 장바구니에 담기만 하고 이틀 후 결제하기
- 간식 하나 참기
- 물건 살 돈으로 시간을 쓰기 (카페 대신 공원 산책)
줄이는 건 괴로움이 아니라,
내 삶의 선택지를 좁히고 본질에 다가가는 일이다.
소비가 줄어들면, 삶이 가벼워진다
나는 여전히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일회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며,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환경을 위한 의무’가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택’이 되었다.
내 통장은 예전보다 가벼워졌지만,
내 마음은 지금이 더 가득하다.
물건이 없다고 공허하지 않다.
소비가 줄었다고 작아진 게 아니다.
나는 지금,
‘있는 것’으로 충분한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