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가 불러온 공간의 변화, 수납이 아닌 비움 중심으로

헤이 봄 2025. 7. 27. 14:00

제로웨이스트

 

최근 몇 년간 정리·수납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인테리어 프로그램, 수납 정리 유튜브, 미니멀 라이프 관련 콘텐츠는
‘어떻게 공간을 더 깔끔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일상으로 확산되면서
공간에 대한 관점 또한 바뀌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들이지 않고,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중심 과제
가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생활 공간에 가져온 구조적 변화를 다루며,
수납 중심의 정리 문화에서 벗어나
비움 중심의 공간 설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실용적인 사례와 함께 분석해본다.

 


1. 제로웨이스트가 가져온 공간 변화의 핵심 방향성

물리적 변화보다 철학적 전환이 먼저 온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이 아니다.
그 시작은 소비의 재검토이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는 ‘비워야 한다’는 압박이 아닌 ‘더 이상 채우지 않겠다’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공간이 바뀌는 이유는 물리적 구조 때문이 아니라 소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즉, 정리보다 중요한 것은 재유입 차단이며, 수납보다 효과적인 것은 필요성 중심의 선택이다.

 

2. 공간별 변화 양상과 실천 전략

1) 거실 - 시각 정보량 감소, 기능 중심의 공간 재편

> 변화 전: 장식, 디지털 기기, 수납 가구 중심

거실은 일반적으로 ‘가족 활동 중심 공간’으로 설정되며
가전제품, 서재, 장식 선반 등 다기능을 수용하는 공간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시각적 과부하와 함께 청소 효율성 저하, 정리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진다.

 

> 변화 후: 가구의 절대량 축소 → 기능 통합

제로웨이스트 실천 이후의 거실은
물리적으로 비워낸다기보다는 ‘기능을 통합한 가구만을 남기는 방향’으로 구성된다.

 

예시:

  • 테이블 겸 수납장 → ‘다기능 1개 가구’로 대체
  • 소파 위 쿠션, 커버 → 기능성 중심만 유지
  • 잡지, 책자 → 필요 없는 경우 재활용소 순환 후 미보관

>> 거실은 '과시' 공간에서 '순환'공간으로 전화이 이루어짐.

 

2) 주방 - 포장재와 도구의 최소화, 루틴 기반 동선 설계

> 변화 전: 도구의 중복, 냉장고 내 과잉 저장

주방은 다양한 도구, 식재료, 조리 기기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특히 리필이 불가능한 소분 상품,
과잉 구매된 식재료로 인한 냉장고 정리 실패,
사용하지 않는 조리기구의 방치 등은
공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대표적 문제다.

 

> 변화 후: 필요한 만큼만 들이고, 사용한 만큼만 남긴다

  • 조리 도구는 다기능 중심으로 재구성
  • 식재료는 ‘선입선출 원칙’ 적용 → 냉장고 비움 중심 운영
  • 불필요한 포장재 최소화 → 리필 중심 구매

> 동선 정리 전략

도마, 칼, 조리도구 자주 쓰는 1세트 외 비사용품 제거
유리용기 리필 + 보관 겸용, 플라스틱 대체
식기류 가족 수 + 2 정도로 최소화
 

주방은 '소비 공간'에서 '순환 공간'으로 기능을 변경해야 함.

 

3) 욕실 - 소비 중심에서 관리 중심 공간으로의 이동

> 변화 전: 세면용품, 스킨케어, 샤워제품의 중복 보유

욕실은 그 자체로 플라스틱 포장 소비의 주요 공간이다.
샴푸, 린스, 치약, 클렌징 등
다양한 용기들이 자리를 차지하며,
유사 기능 제품의 중복 구입도 흔하다.

 

> 변화 후: 고체 제품 전환 + 동시 사용 제품 축소

제로웨이스트 실천 이후
가장 명확하게 변화가 드러나는 공간이 욕실이다.

  • 고체 샴푸, 고체 비누, 고체 치약 사용
  • 스킨케어 제품 1~2개 이내 제한
  • 칫솔, 면도기 등 장기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교체

보관 전략

고체 제품 건조가 쉬운 비누 받침, 자석 거치대 활용
세면도구 다용도 바구니 → 1인 1통 구조
소모품 구매 주기 지정 (ex. 2개월 1회 리필)
욕실은 실천 체감도가 가장 높은 공간으로, 소비 단순화가 곧 시각적 여백을 확보하게 됨.
 

4) 수납 공간 - 채우는 기술보다 들이지 않는 기술이 먼저

> 수납의 역설: 수납력이 클수록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정리 수납법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수납함, 정리박스, 슬라이딩 구조가 도입되었지만,
이로 인해 물건이 숨겨지고,
정리된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과잉 보유와 과소 사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 비움 중심 수납 구조로 전환하기

  • 상자 수납보다 오픈형 노출 위주 구성
  • ‘서랍의 절반은 비워두기’ 원칙 적용
  • 3개월 이상 미사용 물건은 재검토 후 정리

> 도구 정리 기준

계절용품 사용 시기 명확하지 않으면 나눔 또는 기부
문서, 보관서류 전자화 → 실물 정리
의류 ‘1 in 1 out’ 원칙 + 정기적 소량 기부
>> 수납은 공간 문제이기 이전에 소비 설계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로 달라진 공간 변화 한눈에 보기>

공간 구분변화 전제로웨이스트 이후 변화

 

거실 장식/기기 중심, 시각적 과잉 다기능 가구 통합, 시각 정보 최소화
주방 도구 중복, 식재료 과잉 선입선출 식단, 다기능 도구만 보유
욕실 다종 플라스틱 용기, 중복 제품 고체 제품 전환, 소수 제품 유지
수납공간 정리 중심, 수납 박스 의존 오픈형 배치, ‘비움 우선’ 정리 원칙
소비 기준 필요보다 감정 중심 재사용 가능성과 실용성 중심
 

 


 

공간을 정리하려면 소비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정리는 도구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의 문제다.
수납은 공간을 효율화하는 방식이지만,
그 자체로는 소비를 줄이지 못한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단지 물건을 덜 들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기능, 방향성, 정체성까지 바꾸는 생활 전략이다.

거실은 여백을 중심으로 기능 통합되고,
주방은 식재료를 순환하는 장소로,
욕실은 소비의 집약지가 아닌 관리의 공간으로,
수납은 채우기 위한 구조가 아닌 들이지 않는 기준으로 바뀐다.

이제 정리의 질문은
“어떻게 수납할까?”에서
“왜 들였는가, 다시 들일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공간의 변화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