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현대 건축물과 도시재생의 연결고리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고, 건축은 그 변화의 가장 선명한 증거다. 화려한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낡은 골목은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철거되며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어 간다. 그러나 이 도시의 격렬한 변화를 바라보며,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떠올려야 한다. “과거의 흔적은 모두 사라져야만 하는가?”

근현대 건축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담은 관공서 건물, 산업화 시기의 노동자의 주거지, 교회와 학교, 여관과 상점들. 그것들은 단지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과 정서, 문화와 기억이 축적된 공간이다.

이제 우리는 이 근현대 건축물을 단순히 ‘보존할 것인가, 철거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어떻게 도시재생과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근현대 건축물 기반의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하고, 그 안에서 보존과 재생, 경제와 문화, 공동체와 콘텐츠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엮여 있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근현대 건축물이 더 이상 과거에 머무는 유산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살아 숨 쉬는 자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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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시재생과 근현대 건축물 – 왜 연결되어야 하는가?

단순한 건물 보존은 도시의 재생이 아니다

근현대 건축물은 철거 대신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관심을 끌고 있지만, 실제로는 형태 보존에 그치거나, ‘문화재’라는 틀에 가둬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도시와 공간의 생명력을 되살리기에는 부족하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기억, 스토리, 기능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여 지역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

즉, 근현대 건축물은 재생의 소재’가 아니라 ‘재생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정체성과 지속가능성 확보에 핵심적 역할

재생이 성공하려면 도시가 가진 ‘고유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예쁜 카페와 문화 공간이 생겨도, 그 도시만의 색깔이 없다면 지속되기 어렵다.
근현대 건축물은 바로 그 고유성을 품고 있는 자산이다.

그들은 도시의 역사적 흐름, 주민들의 기억, 공동체의 스토리를 구조물로서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근현대 건축물과 도시재생이 연결되면, 도시의 ‘얼굴’을 되살리는 동시에 정체성과 경제적 지속 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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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례 ① 군산 근대역사문화지구 – 스토리로 묶은 도시

보존을 넘어 서사로 연결된 도시 재생

전라북도 군산은 일제강점기 무역항 도시로 성장했으며, 현재도 일본식 건축물과 1930~40년대 건축물이 다수 남아 있다. 대표적인 예로 히로쓰 가옥, 구 조선은행, 동국사, 구 일본식 상점가가 있다.

군산시는 이 건물들을 ‘점’이 아닌 ‘선’으로 묶고, 근대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해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방문객들은 단일 건축물 관람이 아니라, ‘군산의 근대사’라는 스토리를 따라 도보여행을 하며 그 의미를 체험할 수 있다.

지역 상권과 연계된 공간 활용

히로쓰 가옥은 단순 전시공간을 넘어서서 인근 카페거리와 연계되었고, 구 일본식 상점가는 지역청년 창업공간으로 리모델링되었다. 군산예술의거리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되어 문화와 상업이 결합된 복합 공간이 형성됐다.

스토리텔링 + 콘텐츠 + 상권 활성화라는 세 가지 축이 균형을 이루면서
근현대 건축물이 단지 과거의 상징을 넘어 도시경제의 순환 고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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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례 ② 대구 근대골목투어 – 시민 참여형 재생모델

건축물을 걷는 것이 역사를 걷는 일

대구 중구 일대에는 근현대 건축물이 밀집해 있다. 3·1운동 관련지, 구 대구역사, 정소아과, 계산성당 등. 대구시는 이를 ‘근대골목투어’라는 이름으로 콘텐츠화했고, 실제로 지역 해설사 양성과정, 시민참여형 걷기행사 등을 운영하며 주민이 도시의 역사 해설자가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모델은 단순히 공간을 보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 → 공동체의 인식 공유 → 도시 정체성 강화라는 선순환을 이루는 대표적 사례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확인

근대골목투어는 해마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인근 음식점, 기념품 상점 등 지역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근현대 건축물이 ‘문화+경제’ 결합형 재생의 중심축이 되었고, 도시재생이 단순 미관 개선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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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례 ③ 서울 성수동 – 산업화 공간의 창의적 재해석

낡은 공장 → 창의적 플랫폼

서울 성수동은 1970~80년대 제조업 중심지였으며, 오래된 벽돌 공장과 창고 건물들이 다수 존재했다. 2010년대 이후, 이 건물들은 철거되지 않고 ‘리모델링 + 재해석’을 통해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어반소스’, ‘언더스탠드에비뉴’, ‘성수연방’ 등은 모두 옛 산업시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건물들은 원형의 구조와 소재는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기능과 디자인을 결합해 도시 재생의 감각적 공간으로 거듭났다.

청년 창업, 로컬 브랜드, 문화소비 중심지로 성장

근현대 산업 건축물은 ‘과거의 낡은 공장’이라는 낙인이 있었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를 얻고 젊은 세대의 소비문화를 품는 공간이 되었다. 이처럼 근현대 건축물은 세대 간 문화적 간극을 연결하는 ‘미디어’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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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결의 조건 – 성공적인 융합을 위한 핵심 요소

1) 건축물에 서사를 더하라

단순한 보존이 아닌 스토리텔링 중심의 콘텐츠 구성은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왜 이 건물은 남았는가?’, ‘이 건물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물 자체보다 그 안의 이야기와 감정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2) 공동체와 상생할 것

재생은 외부 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주민, 상인, 청년 창업자 등과 연결되어야 한다.
실질적 운영 주체가 지역이 될 때, 건축물은 공동체의 자산으로 자리 잡는다.

3) 물리적 보존 + 기능적 재해석

근현대 건축물은 낡았지만, 그 형태 자체가 문화다.
다만 활용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이때 기능은 새롭게, 형태는 존중하며 보존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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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현대 건축물 기반 도시재생 사례 요약

군산	히로쓰 가옥 외	문화재 + 상업 연계	근대사 스토리 구성	관광객 증가, 지역상권 활성
대구	근대골목투어	시민참여형 콘텐츠화	해설사, 공동체 중심 구조	지역 정체성 회복, 소상공인 매출 상승
서울	성수동 공장지대	리모델링 + 콘텐츠 플랫폼	산업유산의 창의적 재해석	청년 창업 중심지 부상
전국 공통	구 여관, 공장, 주택 등	카페, 책방, 갤러리 등	기능 전환과 서사 결합	도시 이미지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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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건축물은 낡고 오래된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문화적 기록이자 공동체의 기억이다. 그리고 도시재생은 이 기억을 단절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와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는 철거냐 보존이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대신 우리는 묻고 고민해야 한다.
“이 공간에 담긴 이야기는 지금 우리 도시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 공간을 지금의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가?”

한국은 이미 군산, 대구, 서울 등 여러 도시에서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근현대 건축물은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도시재생이 더 단단해지려면,
– 건축물에 이야기와 기능을 더하고
–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고
– 물리적 보존과 현대적 콘텐츠를 균형 있게 결합해야 한다.

근현대 건축물이 과거의 유산을 넘어,
미래 도시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견인하는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더 많은 질문과 실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