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시간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 속에서도 꿋꿋이 남아 있는 건축물은 세월의 증인이자 역사의 산증인이다. 근현대 건축물은 바로 그러한 존재다. 그것은 단순한 벽돌과 시멘트의 조합이 아니라, 식민지 시기를 거쳐 해방과 산업화를 지나온 민족의 기억이 고스란히 새겨진 문화적 유산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개발의 압력은 여전히 거세고, 보존 예산은 부족하며, 시민들의 관심도 늘 일정하지 않다. 어떤 건축물은 복원과 재생을 통해 새 삶을 얻지만, 또 다른 건축물은 철거와 함께 영원히 기록 속으로만 남는다.나는 작년 여름, 서울 을지로 골목을 직접 걸으며 오래된 인쇄소 건물들을 바라본 적이 있다. 네온사인 가게와 철물점이 줄지어 있던 그 거리는 겉보기에는 낡고 허름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