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거닐다 보면 한눈에 ‘시간의 결’이 느껴지는 골목길을 마주할 때가 있다. 아스팔트로 덮인 대로변에서 한 발짝만 들어서면, 오래된 적벽돌 건물과 나무문이 삐걱거리는 상점, 그리고 바람에 부서지는 얇은 간판이 남아 있는 길이 나타난다. 이곳은 단순한 ‘낡은 공간’이 아니다. 근현대 건축물은 한 도시의 경제, 정치, 생활사까지 오롯이 품고 있는 살아 있는 역사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골목은 재개발 바람에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으며, 보존보다는 철거가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특히 골목에 남아 있는 근현대 건축물은 거대한 문화재로 등록되지 못한 채 “그저 오래된 건물”로 취급받는다. 주민들은 생활 불편을 이유로 철거를 원하기도 하고, 개발업자는 효율적 토지 활용을 내세운다. 반면 시민과 학자들은 이 건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