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래된 건물 앞에 서면, 항상 창문부터 바라본다.문이나 지붕이 아니라, 유난히 창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유리 뒤로 보이는 어둠, 창틀에 남은 긁힘 자국, 유리 한쪽의 미세한 금이 말하는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이다.창문은 건물의 ‘눈’이자 시대의 ‘프레임’이다.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듯, 건물도 창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그리고 그 시선에는 그 시대의 공기, 사람들의 표정, 건축가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다.근현대 시기, 한국 건축물의 창문은 단순히 빛과 바람을 통하게 하는 장치가 아니었다.그것은 근대화라는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생활 방식과 사회 제도의 표상이었고,동시에 정치적·문화적 상징물이었다.붉은 벽돌 건물의 아치형 창, 학교 강당의 가로로 긴 창, 병원의 하얀 철제 창틀…그 모든 형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