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오래된 길목을 걷다 보면,기왓장 사이로 녹이 슨 종탑이나 붉은 벽돌의 강당이 불쑥 나타나곤 한다.그곳은 더 이상 수업 종소리가 울리지 않는 옛 학교 건물일 수 있다.근현대 시기, 특히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한국의 교육기관은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니었다.그곳은 근대 문물의 통로였고, 지역 사회의 중심지였으며,당시의 정치·사회·문화 변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현장이었다.나는 지난 몇 년간 전국의 오래된 학교와 관련 건축물을 찾아다녔다.평양에서 시작된 선교사 학교 건물,서울의 붉은 벽돌 사범학교,전주의 한옥 양식과 서양식이 절묘하게 섞인 사립여학교까지.이 건물들은 각 시대의 교육 철학과 사회적 역할을 건축의 형태로 담아냈다.하지만 이런 건물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개발이라는 거대한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