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흔히 '건축물은 말이 없다'고 한다.하지만 오래된 벽돌과 기와, 녹슨 철문과 휘어진 마룻바닥 위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그것은 말보다 더 강한, 시간의 층위가 쌓여 만들어낸 무언의 기록이다.한국의 근현대 건축물은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해방과 전쟁, 산업화를 지나오며 각 시대의 아픔과 희망, 변화의 물결을 담아왔다. 이 건축물들은 단지 구조적 기능을 넘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정서, 정치적·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매개체로 존재했다.나는 지난 1년간 전국을 돌며 근현대 건축물을 직접 답사하고, 그 속에 남겨진 흔적을 기록해왔다.서울 종로의 근대 상가, 인천 배다리의 책방 골목, 대전의 철도관사, 군산의 일본식 적산가옥, 대구의 선교사 주택 등.처음에는 단순한 외형만을 바라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