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날 때마다, 창밖의 풍경 속에서 ‘시간의 층’을 찾는다.들판 사이로 스치는 작은 간이역, 시멘트와 벽돌이 어우러진 오래된 창고, 붉은 벽돌 담장 뒤로 보이는 낯선 건물의 지붕…이 모든 장면은 현재의 풍경 속에 남아 있는 근현대 건축물의 흔적이다.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력차이기도 하다.특히 우리나라 철도망은 근대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개항기 이후 철도 건설과 함께 역 주변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고,그 건물들은 단순한 구조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관공서, 은행, 우체국, 창고, 그리고 역무원 숙소까지기차가 닿는 곳에는 언제나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건축물이 있었다.이번 여행에서 나는 일부러 ‘빠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고속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