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한때 번성했던 거리를 걷다가, 문득 덩그러니 남겨진 건물 하나와 마주친 적이 있다.벽돌은 허물어지고, 창문은 유리 대신 바람을 품은 채 비어 있었다.문짝이 떨어져 나간 입구 사이로, 먼지와 습기가 뒤섞인 공기가 내 발목을 감싸올 때,그 건물 안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와 기계음이 동시에 들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폐허가 된 근현대 건축물은 단순히 낡은 건물이 아니다.그곳은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 산업과 문화의 변화, 그리고 정치적 격동기까지 품고 있다.20세기 초·중반, 한국의 도시와 시골 곳곳에는 철도, 은행, 공장, 학교 등당시의 새로운 기술과 서양식 건축양식이 접목된 건물들이 세워졌다.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산업이 재편되면서, 많은 건물들이 본래의 기능을 잃고 버려졌다.아이러니하게도, 폐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