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쓰레기 거의 안 만드는 것 같아.”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초반, 나는 꽤 자신만만했다.
텀블러도 쓰고, 장바구니도 챙기고, 음식도 남기지 않으니
이 정도면 꽤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달 동안 나온 쓰레기를 한 봉지에 모아보며 나는 충격을 받았다.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보니, 한 가지가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포장재.
라벨을 벗긴 생수병, 과자봉지, 택배 뽁뽁이, 테이프, 도시락 랩, 소스 포장, 우유 팩, 비닐 뚜껑, 포장 종이.
의외였지만, 명백했다.
내가 만드는 대부분의 쓰레기는,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감싸고 있던 포장’이었다.
이 글은 ‘90%의 쓰레기’를 만든 주범이 무엇이었는지를 발견한 순간부터,
그것을 줄이기 위해 실천해본 노력과
그 과정을 친구들에게 들려주듯 이야기하는 기록이다.
1. 쓰레기를 모아봤더니, 포장이 전부였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후,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해봤다.
한 달 동안 내가 만든 모든 쓰레기를 종류별로 모아보기.
음식물은 제외하고, 종이/플라스틱/비닐/기타 등을 투명한 봉투에 따로 담아보았다.
실험은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 라면 포장지 6개
- 빵 비닐 8개
- 택배 박스 4개 + 포장 완충재
- 배달 음식 랩과 용기
- 요거트 뚜껑, 소스 포장
- 커피 컵 뚜껑, 빨대 포장지
- 생리대 외포장
- 우유팩 5개
- 과일 스티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매일 조금씩 쌓여,
내 쓰레기의 90% 이상을 포장재가 차지하고 있었다.
2. 포장재가 왜 문제일까?
① 일회용 중심의 구조
제품을 판매할 때 포장은 ‘기본값’이다.
심지어 온라인 쇼핑을 하면 배송 박스 안에 또 포장박스, 그 안에 비닐, 또 테이프.
이중 삼중 포장은 흔한 일이 되었고,
심지어 단 하나의 제품을 사도 과한 포장은 기본이다.
② 재활용률이 낮다
비닐, 혼합재질 포장, 라벨이 붙은 플라스틱, 오염된 종이…
이들은 현실적으로 재활용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분리수거 규칙을 지켜도, 실제로는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③ 문제는 쓰레기가 아니라 ‘패턴’
매번 무의식적으로 포장된 제품을 사게 되면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 ‘생활 습관’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습관이 매달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3. 내가 실천한 포장 쓰레기 줄이기 방법 5가지
① 무포장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서울 기준, 리필이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샵을 방문했다.
곡물, 견과류, 샴푸, 세제 등을 내 통에 담아오는 방식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포장재가 전혀 나오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어
쓰레기와 낭비를 동시에 줄일 수 있었다.
② 다회용 용기와 천 주머니 들고 장보기
마트가 아닌 전통시장이나 로컬 푸드 매장에서
직접 용기를 내밀고 반찬이나 두부, 나물을 포장 없이 받았다.
천 가방과 망 주머니는 과일, 채소, 빵 등을 살 때 유용했다.
③ 포장 많은 간식 대신 집에서 직접 만들기
과자봉지, 아이스크림 포장지, 음료 페트병.
이런 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간식은 내가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오트밀바, 스무디, 식혜, 과일칩 등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해도 포장 없는 간식은
더 건강하고 만족감도 컸다.
④ 택배 줄이기 – 대신 동네 가게 이용하기
온라인 쇼핑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포장 쓰레기의 진짜 주범이었다.
그래서 가까운 오프라인 가게, 제로웨이스트 샵, 로컬 마켓을 이용했다.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사는 기쁨도 커졌고,
비닐과 박스 쓰레기도 거의 사라졌다.
⑤ “포장 없이 주세요”라는 말 한마디
빵집, 분식집, 마트 등에서
“비닐봉투는 괜찮아요”, “그냥 들고 갈게요”, “제 통에 담아주세요”
이런 말 한마디로 포장을 줄일 수 있었다.
처음엔 민망했지만, 나중엔 오히려 직원들이 반가워하기도 했다.
4. 포장 쓰레기를 줄이며 생긴 변화
쓰레기 양이 확 줄었다한 달 평균 34개씩 비우던 일반 쓰레기봉투가
이제는 2-3주에 한 번 버려도 충분했다.
특히 주방과 거실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분리수거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재질 확인, 세척, 분리 등
복잡했던 분리수거 작업이 훨씬 간단해졌다.
포장재가 없으니 분리할 것도 거의 없게 된 것이다.
물건을 더 신중하게 사게 되었다
‘이걸 사면 어떤 포장이 따라올까?’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소비가 바뀌었다.
‘지금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면서
무의미한 지출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친구들과 대화 주제가 생겼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쓰레기가 안 나오지?”
“그거 어디서 사는 거야?”
“나는 아직 포장을 못 줄이겠어.”
이런 질문이 오갈 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하는 실천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었다.
실천을 공유하는 자리가
가벼운 대화이면서도 의미 있는 행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쓰레기의 90%는 버리는 게 아니라, 선택으로 줄일 수 있다
내가 만든 쓰레기의 90%는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을 감싼 ‘포장’이었다.
하지만 그 포장은,
나의 선택과 행동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제로웨이스트는 거창한 실천이 아니다.
오늘 장바구니를 챙기는 것,
내일 비닐봉투를 거절하는 것,
다음 달엔 택배를 한 번 덜 시키는 것.
그 작은 행동들이 모여
내 쓰레기를, 나의 삶을, 그리고
이 세상의 쓰레기 문제까지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오늘, 당신의 쓰레기통 안에는 무엇이 가장 많은가?
한 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나의 습관과 선택이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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