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서울 제로웨이스트 실천기: 한계와 현실적 대안 찾기

헤이 봄 2025. 6. 29. 12:32

 

제로웨이스트에 입문한 후, 나는 쓰레기통을 거의 비우지 않게 되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이제 외출 필수품이 되었고, 일회용 포장 대신 다회용 용기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주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집 안’에서만 가능했다.
막상 집을 나서 서울 도심 속으로 들어가면, 제로웨이스트는 현실과 부딪힌다.
유행을 따르는 소비 중심의 문화, 과도한 포장, 제도적으로 제약된 분리수거 시스템, 일회용 사용이 ‘기본값’인 외식 문화까지…
서울은 제로웨이스트 실천자에게 결코 만만한 도시가 아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도시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대안과 가능성들도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내가 마주친 한계들과  안에서 찾은 지속 가능한 대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1. 서울에서 제로웨이스트 하기, 힘들까?

과포장과 일회용 중심의 소비 문화

서울에서 무언가를 사려면 포장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카페의 테이크아웃 , 편의점 도시락, 마트에서의 채소 봉지까지도 플라스틱과 비닐이 기본이다.

특히 서울은빠르고 편리한 소비 지향하는 도시다.

 

음식을 배달하거나, 새벽배송으로 장을 보고, 즉석식품을 즐긴다.

 

일회용은 편리함의 상징이자, 서울의 속도감과 맞닿아 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사기”, “ 쓰기 때로불편한 사람 되는 길이었다.

 

제도적 한계분리수거의 모순

서울의 아파트와 빌라들은 분리수거를 한다.
하지만 방식은 재질 중심이 아닌 형태 중심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 플라스틱이지만 혼합재질이면일반쓰레기
  • 종이컵은 종이가 아닌일반쓰레기
  • 음료 포장은 비워도재활용 판정

나는 성실히 분리해도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실천의 방향성이 제도와 맞지 않으면, 의지는 쉽게 꺾이기 마련이다.

 

다회용기 거절하는 가게들

서울에는 친환경 브랜드와 제로웨이스트 샵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카페나 식당에서는 다회용 용기를 꺼내면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다.

  • 보건법 때문에 돼요.”
  • 그건 본사 지침이라 됩니다.”
  • 귀찮아서요...” (사실상 거부)

서울은 변화에 열려 있지만, 여전히 표준화된 시스템과 매뉴얼 중심의 운영이 강하다.
개인의 실천이 업장의 운영방식과 충돌할 , 실천은 벽에 부딪힌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찾은 대안들

서울이 어렵다고 해서, 실천을 포기할 없었다.
대신 나는 현실 안에서 지속 가능한 작은 대안들을 찾기로 했다.

 

1) 포장이 없는 소비처를 발굴하다

서울 곳곳에는 벌크샵, 리필스테이션, 제로웨이스트 가게들이 생기고 있다.

  • 성수, 연남, 연희동, 망원, 혜화 등지에는
    천연세제, 곡물, 견과류, 생활용품을 포장 없이 판매하는 공간들이 있다.

나는 이런 가게를 지도 앱에즐겨찾기해두고, 보러 코스처럼 들른다.

 

 

2) 정기배송 대신시장 장보기루틴 만들기

한때 매일 새벽배송을 애용했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전통시장이나 로컬 푸드 매장을 찾는다.

  • 봉지 없이 채소를 담고, 계란은 다회용 용기에 담고, 반찬은 유리 밀폐용기에 받아오는 방식

물론 시장이 멀거나 시간 여유가 없을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먹는 만큼은 제로웨이스트와 가장 쉽게 접점을 만들 있는 영역이었다.

 

3) SNS제로웨이스트 가능한 가게지도 만들기

서울에 있는 수많은 매장 어디가 다회용기를 받아주는지 없다면?
나는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적극 활용했다.

 

#제로웨이스트카페

#텀블러환영

#다회용기가능

#플라스틱프리서울

 

이런 해시태그를 저장해 두면 나와 같은 실천자들의 후기와 정보를 모을 있다.
가끔은 직접 후기를 남기기도 하며제로웨이스트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3. 서울에 맞는 실천 전략 5가지

서울에서는 다음 5가지 원칙을 지키면 지속 가능한 실천이 가능했다.

 

1) 완벽함보다의식 우선

서울에서는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는 어렵다.
하지만 의식 있는 선택을 꾸준히 한다면, 누적이 환경에 영향을 준다.
나는 지금 소비가 어떤 쓰레기를 만드는지 알고 있다.”
인식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다.

 

2) 매번이 아닌루틴화 실천하기

매번 고민하는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매주 월요일은 제로웨이스트 카페 가는 ,
토요일은 다회용기로 장보는 날처럼 루틴을 만들었다.
반복되면 생각 없이 실천하게 된다.

 

3)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기

친구와 카페 텀블러를 가져가고,
직장 동료와 점심 먹을 수저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의식 있는 소비 주변에 퍼진다.
말보다 행동의 반복이 강한 설득이 된다.

 

 4) 실천한 날은기록으로 보상하기

일기나 SNS 오늘의 실천을 기록하면
잘하고 있어라는 작은 보상이 된다.
기록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도 준다.

 

5) 실패해도 죄책감 갖지 않기

배달을 시켰다거나, 급하게 일회용 컵을 받았다면 
자책보다다음에는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는 죄책감이 아닌, 책임감으로 하는 실천이다.

 

 


서울은 어렵지만, 그래서 의미 있다

서울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빨리 돌아가는 도시의 속도, 포장 없는 소비가 어려운 구조, 제도적 모순…
이런 환경은 때때로 실천자를 지치게 만들고,
때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도시에서 제로웨이스트를 계속 실천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의 변화가 가장 영향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고 소비가 많은 도시일수록,
그 안에서 단 한 명이 줄이는 쓰레기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나는 오늘도 텀블러를 들고 집을 나선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이상하게 볼지 모르지만,
어느 날 이 선택이 ‘이상한 게 아닌 기본’이 되는 날이 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