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바꾸자, 쓰레기가 줄었다. 내 삶도 바뀌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했던 건 ‘마음’이었고,
그다음은 ‘습관’이었다.
그리고 가장 뒤늦게, 가장 어렵게 바뀐 건 ‘소비’였다.
나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다.
그런데도 매달 쓰레기봉투는 가득 찼고,
택배 박스와 비닐, 플라스틱 포장이 쌓여가는 걸 보며 의문이 들었다.
“내가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줄지 않는 걸까?”
그 해답은 명확했다.
나는 여전히 ‘소비’를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글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내 소비습관을 바꿔나간 1년간의 기록이다.
실패와 시행착오, 그리고 실질적인 변화를 모두 담았다.
1. 나는 어떤 소비를 했는가? – 변화 전의 습관 되돌아보기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기 전, 나의 소비 패턴은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소비는 이전과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주요 소비 유형
- 온라인 쇼핑 중심 → 택배 + 비닐 포장 쓰레기
- 습관성 편의점 간식 구매 → 과대포장, 일회용 플라스틱
- 세일 정보에 즉각 반응 →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충동구매
- 같은 용도의 물건을 중복 구매 (텀블러, 수저세트 등)
- 예쁜 패키지 제품 선호 → 내용보다 포장에 끌림
이처럼, 환경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소비 방식 자체는 바뀌지 않았기에 쓰레기 양은 줄지 않았다.
문제는 소비의 ‘양’이 아니라 ‘방식’이었다.
2. 소비습관 변화를 결심한 계기
2023년 12월, 나는 한 달 동안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기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일반 쓰레기 15L × 4봉지
- 재활용 60L × 3봉지
- 음식물 쓰레기 8회 분량
- 택배 박스 11개
텀블러도 쓰고, 장바구니도 쓰는 나인데,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은가?
그때 느꼈다. 나는 ‘환경적인 물건’을 샀지,
‘환경적인 방식’으로 소비하진 않았다.
그 이후부터 나는 소비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그 필요성과 과정을 모두 바꾸기로 했다.
3. 소비습관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실천들
STEP 1. “사기 전에 48시간 고민하기”
즉흥 구매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규칙.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48시간 동안 보관함에 넣고 대기했다.
- 정말 필요한가?
-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은 없는가?
- 일회성인가, 반복 사용 가능한가?
- 내가 쓰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이 질문을 통과한 물건만 구매했다.
결과적으로 구매가 70% 이상 줄었다.
STEP 2. “리필 가능한 물건만 구매하기”
- 샴푸, 세제, 주방세제 등 플라스틱 통 제품 중단
- 리필 스테이션/제로웨이스트 샵 이용
- 통을 3개로 돌려가며 세척 → 리필 → 보관
리필 제품은 단가가 낮고 쓰레기 발생이 적어
초기엔 번거롭지만 장기적으로 효율적이었다.
STEP 3. “택배를 ‘월 1회’로 제한하기”
-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한 달에 한 번만 일괄 주문
- 포장이 간단한 브랜드 위주 선택
- 가능하면 지역 매장에서 구매하거나 중고마켓 활용
이 규칙만으로도
택배 쓰레기 양이 절반 이상 감소했고,
배송비도 아끼고 소비 욕구도 조절할 수 있었다.
STEP 4. “포장 없는 매장 중심 소비”
- 시장, 로컬푸드 직거래장터 중심
- 유리병, 다회용기, 천 주머니 지참
-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담아주려는 상인에게는
“여기에 담아주세요” 한마디로 대체
이 과정에서 시장과 사람에 대한 시선도 바뀌었다.
가성비, 친절함, 대화의 즐거움까지 얻게 됐다.
STEP 5. “소비 내역 기록하기”
- 매달 소비 항목 중 쓰레기 유발 항목 표시
- 줄어든 항목에 별표 ★ 달기
- 다음 달엔 ★ 표시 많은 항목 유지, 아닌 건 점검
이 기록이 ‘내가 잘하고 있다’는 동기를 줬고,
반복된 실천을 데이터화하면서 습관이 됐다.
4. 소비 변화가 가져온 실제 변화
쓰레기량 감소
항목 | 실천 전 | 실천 6개월 후 |
일반쓰레기 | 월 60L | 월 20~30L |
재활용 | 월 180L | 월 80L |
음식물 | 주 2회 | 주 1회 이하 |
택배 박스 | 월 10개 이상 | 월 2~3개 |
소비 지출 변화
- 월 평균 50만 원 소비 → 30만 원 이하로 감소
- 불필요한 중복 소비, 충동구매, ‘예쁜 포장’에 끌려 사던 제품 감소
- 남은 예산으로 로컬 브랜드, 착한 기업 제품 구매 여유 생김
5. 소비습관을 바꾸면서 느낀 점
단순함은 만족감을 키운다
물건이 줄고 소비가 줄자
물리적인 공간은 물론,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정리정돈이 쉬워졌고, 내가 가진 물건의 수명과 가치를
더 깊게 바라보게 됐다.
소비는 나를 반영한다
무심코 사던 물건도,
그 물건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내 소비가 ‘나의 가치’와 연결되는 행동임을 자각하며 산다.
‘나 하나’의 영향이 작더라도, 실천은 나를 바꾼다
세상 모든 쓰레기를 막을 순 없다.
하지만 내가 줄일 수 있는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분명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보다 의식적인 인간이 되었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다.
소비를 바꾸면, 쓰레기뿐 아니라 삶도 바뀐다
제로웨이스트는 ‘환경을 위한 실천’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삶의 방식이다.
그 출발점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오늘의 소비를 돌아보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무심코 클릭한 장바구니 속 물건,
무심코 집어 든 편의점 간식 하나,
택배 박스 하나가 가져올 쓰레기를 떠올리며
‘이게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
그 질문이 쌓이면,
당신의 쓰레기는 줄고
당신의 삶은 더 명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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