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텀블러 라이프 1년: 진짜 편했을까?

헤이 봄 2025. 6. 2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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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마시나요? 그리고 그 중 몇 잔을 일회용 컵으로 마시고 있나요?
나는 하루 한 잔, 많게는 두 잔까지 커피를 마시며 살던 사람이다.
무심코 버리는 종이컵이 하루 1~2개씩, 일주일이면 10개 이상.
그러던 중 우연히 본 영상 하나가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지금 당신이 버린 일회용 컵은 20년 뒤에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어느덧 그 생활도 1년.
과연 이 생활은 정말 편했을까?
이 글에서는 텀블러를 사용하며 겪은 리얼한 1년의 기록을 공유하려 한다.
단순한 친환경 미담이 아니라, 그 안의 불편함, 대처 방법, 그리고 삶의 변화까지 모두 담아보았다.


 

1. 텀블러 생활의 시작 – 단순한 다짐이 습관이 되기까지


텀블러를 처음 산 건 단지 ‘좋은 습관 하나 만들어보자’는 가벼운 다짐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려니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아침마다 텀블러를 씻어야 했고,
가방에 넣으면 공간을 차지했으며,
가끔은 까먹고 안 들고 나와 커피를 참기도 했다.

특히 바쁜 출근길에는 텀블러 챙기기보다 노트북이나 지갑을 챙기기 바빴다.
초반 2~3주는 ‘의식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흐트러지기 쉬운 시기였다.

그래서 나는 이런 습관을 만들기 위해 ‘출근 가방 구성표’를 따로 만들었다.
텀블러, 지갑, 핸드폰, 충전기 등 매일 필수 아이템을 메모장에 써두고 체크하는 식이다.
결국 3주가 지나자 텀블러는 ‘당연히 들고 다니는 물건’으로 자리를 잡았다.


2. 텀블러를 썼을 때와 안 썼을 때의 차이


텀블러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커피 맛의 지속성이었다.
좋은 텀블러는 보온·보냉이 뛰어나기 때문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2~3시간 후에도 미지근하지 않았다.
반대로 여름엔 얼음이 금방 녹지 않아 끝까지 시원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또한, 카페의 반응도 좋았다.
특히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텀블러 이용 시 300~400원 할인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
1년 동안 텀블러로 커피를 산 횟수를 계산해보니 약 260잔,
평균 할인 300원으로 계산하면 약 78,000원 정도를 절약한 셈이다.

게다가 환경에 기여했다는 심리적 만족감도 있었다.
버리는 컵 없이 매일 커피를 마신다는 건 스스로에게도 ‘나는 의식 있는 소비자다’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작용했다.


3. 예상치 못한 불편함들


하지만 모든 게 장밋빛은 아니었다.
텀블러 생활에는 분명 불편함이 있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순간들.

① 텀블러 세척의 번거로움
하루 한 번 이상은 세척해야 하는데, 커피가 묻은 텀블러는 금방 얼룩이 생긴다.
입구가 좁은 텀블러는 전용 솔이 없으면 깨끗이 씻기도 어렵다.
특히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담았을 경우 세척을 게을리하면 악취가 생기기도 한다.

② 까먹고 안 들고 나왔을 때의 좌절감
가장 난감한 건 집에 두고 나왔을 때다.
매장에 들어가 텀블러 없이는 커피를 시키기가 죄책감이 들고,
다시 돌아가기도 애매할 때는 결국 그냥 마시고 말았다.
그 한 번이 다시 무관심한 습관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③ 눈치 보는 상황
일부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꺼냈을 때 당황하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는 직원도 있었다.
“아, 이건 저희 컵 사이즈랑 안 맞아요.”
“이건 너무 크네요. 못 담을 수도 있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괜한 손님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4. 문제 해결을 위한 나만의 방법들


불편함이 있었다고 해서 포기하긴 싫었다.
나는 텀블러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을 마련했다.

  • 텀블러 세척 전용 브러시와 베이킹소다, 구연산을 준비했다.
  • 텀블러는 두 개를 번갈아 사용해 ‘씻을 시간’에 여유를 두었다.
  • 작고 가벼운 텀블러를 하나 더 구매해 ‘외출용’, ‘사무실용’으로 분리했다.
  • 종이로 된 ‘텀블러 사용자 카드’를 만들어 카페에 보여주며 의사 표현을 명확히 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쌓이자, 텀블러 생활은 점점 ‘불편함’을 줄이고, ‘루틴’이 되었다.


5. 텀블러를 통해 얻은 변화


텀블러 생활 1년 후, 나에게 생긴 변화는 단순히 컵 하나를 줄인 것 이상이었다.

불필요한 소비가 줄었다
일회용 컵을 받지 않기 위해 테이크아웃보다 직접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고,
카페에서 더 오래 앉아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습관이 생겼다.

환경 감수성이 높아졌다
커피뿐 아니라 음식 포장, 생수병, 장바구니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이건 텀블러처럼 바꿀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주위의 시선이 달라졌다
처음엔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아?”, “굳이?”라고 물었지만,
이제는 “그거 어디서 샀어?”, “나도 하나 추천해줘”라는 질문이 더 많아졌다.

나는 어느새 ‘텀블러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그 이미지는 나를 더욱 실천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진짜 불편한 건 ‘불필요한 쓰레기’였다
텀블러를 1년간 사용하면서 느낀 건 하나다.
텀블러 생활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진짜 불편한 건,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드는 삶이었다.

텀블러 하나로 세상이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텀블러 하나로 바뀐 내 습관, 나의 감수성,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분명 조용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지금 커피를 마시러 갈 예정이라면, 텀블러를 가방에 넣어보자.
당신의 오늘이 조금 더 가벼워지고, 내일의 지구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