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은 우리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욕실은 집 안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는 장소 중 하나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 면도기, 칫솔, 치약까지, 이 모든 것이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있다.
나 역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전에는 이 불편한 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결심을 하고 욕실을 천천히 바꿔가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초보자도 실천할 수 있는 욕실 속 5가지 변화 방법을 공유한다. 작지만 확실한 실천이 당신의 욕실을 바꾸고, 결국 지구를 바꿀 수 있다.
1. 고체 샴푸와 바디 비누로 플라스틱 용기 제로화
가장 먼저 실천한 건 액체 샴푸와 바디워시를 고체 제품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대형마트나 드럭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샴푸와 바디워시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으며,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병씩 쓰레기가 생긴다.
내가 선택한 고체 샴푸는 종이 포장으로 되어 있고, 하나로 2~3개월은 거뜬히 사용 가능하다.
처음엔 거품이 잘 안 날 것 같아 걱정했지만, 몇 번 문지르자 충분히 풍성한 거품이 만들어졌다. 바디용 비누도 마찬가지로 천연 성분 제품을 사용하니 피부 자극이 적고 향도 자연스럽다.
추가 팁>
- 비누 받침대를 꼭 사용해서 물 빠짐을 좋게 하면 훨씬 오래 쓴다.
- 여행 갈 때도 무게가 가볍고 누수 걱정이 없어 훨씬 편하다.
2.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으로 미세 플라스틱 차단
칫솔은 우리가 3~4개월마다 한 번씩 교체하는 생활 필수품이다.
일반 플라스틱 칫솔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억 개 이상이 폐기되며,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땅속에 남는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손잡이는 100% 자연분해 가능하며, 칫솔모는 대부분 나일론이지만 일부 브랜드는 식물성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용감은 처음엔 조금 낯설지만 1주일만 지나면 오히려 그립감이 더 좋아진다.
치약은 고체 치약 또는 치약 타블렛으로 대체했다.
작은 유리병에 담겨 있어서 쓰레기가 거의 생기지 않으며, 입에 물고 씹으면 거품이 생기는 형태로 사용이 간편하다.
추가 팁>
- 칫솔모는 사용 후 분리해서 플라스틱류로 배출하고, 손잡이는 퇴비화하거나 불에 태워도 된다.
- 치약 타블렛은 여행 시에도 액체 규제에 걸리지 않아 편리하다.
3. 면도기, 샤워볼, 수건도 재사용 가능 제품으로 교체
욕실에서 우리가 자주 쓰고 버리는 것 중 하나가 일회용 면도기다.
1~2주에 한 번씩 버려지는 면도기는 전량 플라스틱이며,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
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다회용 안전면도기로 바꿨다. 손잡이는 평생 사용할 수 있고, 칼날만 교체하면 된다.
처음에는 조심스럽지만 익숙해지면 훨씬 깔끔하게 면도된다.
샤워볼도 중요한 부분이다. 보통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진 샤워볼은 세척이 어려워 몇 주마다 교체하게 되며, 결국 또 하나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
대신 나는 천연 해면이나 오가닉 코튼 샤워 수건을 사용한다.
기능도 좋고, 세탁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 환경과 위생 모두를 만족시킨다.
추가 팁>
- 면도날은 종이 포장 제품을 구입하면 완전 제로웨이스트 가능
- 해면은 사용 후 물기를 꼭 짜고 햇볕에 말리면 오래 사용 가능
4. 여성 위생용품: 생리컵, 천 생리대 도전기
여성의 경우, 생리 기간에 발생하는 쓰레기량도 무시할 수 없다.
일회용 생리대는 평균적으로 한 사람당 평생 10,000개 이상을 사용하며, 그 모든 제품이 비닐, 고분자 흡수체, 접착성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있다.
나는 6개월 전부터 생리컵과 천 생리대를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다.
생리컵은 실리콘 재질로 수년간 재사용 가능하며, 하루에 한두 번만 비워주면 돼서 편리하다.
천 생리대는 흡수력이 좋고 피부 자극이 없어서 생리통이 줄어든다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몸에 맞는 제품을 찾고 세탁 루틴이 정착되면 훨씬 편하고 마음도 가볍다.
추가 팁>
- 외출 시에는 방수 파우치를 함께 들고 다니면 걱정 없다
- 생리컵은 소독용 전용 컵을 활용해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5. 쓰레기통 없는 욕실을 위한 마지막 한 걸음: 쓰레기 관찰하기
쓰레기를 줄이려면 먼저 내가 어떤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욕실 쓰레기통을 한 번 열어보자. 거기엔 칫솔, 치약 튜브, 플라스틱 포장재, 샴푸병, 면도기, 화장품 패드 등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나는 매주 욕실 쓰레기통을 비우던 습관을 바꾸기 위해, 하루 동안 나온 쓰레기를 종이에 기록했다.
그러자 반복적으로 나오는 품목이 보였고, 그걸 하나씩 다회용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고, 욕실 쓰레기통은 비워지지 않았다. 더 이상 들어갈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내 욕실이 처음으로 ‘쓰레기 없는 공간’이 된 순간이었다.
추가 팁>
- 욕실 벽에 ‘쓰레기 리스트’를 붙여보자. 어떤 품목이 반복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가족과 함께 체크리스트를 공유하면 실천 속도가 배가된다
욕실부터 바꾸면 일상이 달라진다
욕실은 집 안에서 가장 작은 공간일 수 있지만,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손을 씻고, 머리를 감고, 이를 닦는 순간들이 ‘환경을 위한 실천’으로 바뀌는 것만큼 보람 있는 일도 드물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고체 샴푸 하나, 대나무 칫솔 하나로 시작해보자.
당신의 욕실이 플라스틱 대신 자연으로 채워지는 그날,
당신의 삶도 분명 더 가볍고, 의미 있게 바뀌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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