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 30일 챌린지: 생생한 체험 기록

헤이 봄 2025. 6. 25. 22:00

제로웨이스트 도전

 

무심코 사용하는 플라스틱 하나가 결국 바다로 흘러가고, 땅에 묻히고, 동물의 뱃속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나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실천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줄여야 할지,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30일간 플라스틱 줄이기 챌린지’를 선포했다. 이 도전은 단순한 불편함 극복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습관을 바꾸는 여정이었다. 이 글은 나의 실천과 변화, 그리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기록한 이야기다.

 

 

내 일상의 플라스틱 얼마나 많을까?

도전을 시작하기 전, 먼저 내가 매일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하루 동안 버리는 플라스틱을 따로 모아봤다.

  1. 일회용 컵과 빨대
  2. 배달 음식 용기
  3. 생수병
  4. 택배 포장 비닐
  5. 플라스틱 칫솔, 샴푸병
  6. 간식 포장지
  7. 일회용 포크, 수저


하루 만에 한 봉지 가득 찼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실천에 들어갔다.


1~10일차: 낯설고 불편했지만, 가능성의 발견

1일차, 배달 앱을 지웠다. 

 

간편했던 배달 음식 대신, 직접 장을 보고 요리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이용했고, 용기와 천 가방을 들고 다녔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상인들이 “요즘 젊은 사람이 이런 것도 하네”라며 오히려 응원해줘 용기를 얻었다.


3일차, 출근길 카페에서 텀블러를 꺼냈다. 

 

직원은 “텀블러 할인됩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작지만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7일차, 욕실 점검. 플라스틱 칫솔, 샴푸, 클렌징폼 등 욕실이 사실상 플라스틱 창고라는 걸 깨달았다. 

 

대나무 칫솔, 고체 샴푸, 천연 비누로 하나씩 바꿨다. 샴푸바는 처음에 거품이 덜 나 적응이 어려웠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이 시기엔 불편함보다 '의식적인 선택'에 대한 기쁨이 컸다. 단순히 물건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패턴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11~20일차: 실천 루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일상 속 제로웨이스트 루틴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2일차, 친환경 리필 스토어를 처음 방문했다. 


세제와 샴푸를 빈 용기에 담아가는 방식이다. 직원은 내가 처음이라 하자 리필 제품별 성분과 효과를 친절히 설명해줬고, 그 경험 자체가 새로웠다. 가격도 일반 제품보다 저렴했고, 무거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도 돼 만족도가 높았다.


15일차,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식료품을 찾아다녔다. 


시장에서 사과를 봉투 없이 장바구니에 담고, 두부는 유리 용기에 받아왔다. 물론 처음엔 상인들이 당황했지만, 나중엔 “오늘도 용기 가져왔네?”라며 먼저 웃어주셨다.


18일차, 물건 구매 습관 자체가 바뀌었다.


‘포장이 플라스틱인가?’
‘재활용이 되는가?’
‘굳이 지금 필요한가?’
이 세 가지 질문을 하면서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지출도 줄고, 충동구매가 거의 사라졌다. 플라스틱 줄이기가 내 소비의 기준을 바꾸고 있었다.


21~30일차: 내 삶 속 깊숙이 들어온 ‘제로웨이스트’


21일차, 출근용 가방에는 텀블러, 손수건, 장바구니, 포크세트가 기본 구성품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꺼낼 수 있다는 건, 이제 ‘실천’이 아닌 ‘생활’이 된다는 뜻이다.


24일차, 친구들과 외식 중 일회용 수저를 거절하고 내 포크를 꺼냈다. 


처음엔 조금 부끄러웠지만, 친구가 “그거 멋있다. 나도 따라해볼래”라고 말해줬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실천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내가 바뀌면 주변도 바뀐다는 걸 처음 실감한 날이었다.


30일차,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나 스스로가 놀라웠다. 


플라스틱 사용량은 60~70% 이상 줄었고, 쓰레기 봉투도 반으로 줄었다. 배달은 단 한 번도 시키지 않았고, 대체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은 모두 교체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택배 포장을 피하지 못한 날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병을 사용한 날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줄이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인식하고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미 의미 있는 변화였다.


30일 챌린지로 달라진 나의 변화

행동 변화

  • 텀블러, 장바구니, 포크세트 항상 휴대
  • 배달 음식 완전 중단
  • 플라스틱 칫솔, 샴푸 → 대체 제품 사용
  • 리필 스테이션 정기 방문

 

소비 습관 변화

  • 충동구매 줄고, 소비 기준이 명확해짐
  • 가격보다 ‘지속 가능성’을 우선 고려
  • ‘필요 없는 것 사지 않기’ 실천


감정과 인식의 변화

  •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 →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 주는 선한 변화 확산
  • 나 하나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시작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30일간 플라스틱 줄이기 챌린지는 단순한 미션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경험이었고,
소비의 기준, 생활의 리듬,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은 실패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플라스틱을 하나 덜 쓰기로 한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지구를 바꾼다.
당신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다.


텀블러 하나, 손수건 하나부터 시작해보자.
그 작고 조용한 실천이 결국은 우리 모두를 위한 거대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