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365일 실전 기록: 정말 현실 가능할까?

헤이 봄 2025. 6. 25. 14:31

 

 

지구는 오늘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 컵, 배달 음식 포장재, 과도한 플라스틱 제품이 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나는 1년 전, 그 당연했던 소비를 멈추고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도전하기로 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실천한 365일은 나에게 많은 생각과 변화를 안겨주었다. 이 글에서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제로웨이스트는 정말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고자 한다. 당신도 지금, 쓰레기를 줄이는 삶에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었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계기와 결심
"소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순간"

내가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 플라스틱을 먹은 채 죽어가는 새와 물고기들. 처음엔 막연한 충격이었지만, 어느새 그것은 나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 컵, 습관처럼 뜯는 택배 포장지, 간편함을 이유로 소비해온 수많은 쓰레기들.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며 살아왔는지를 자각했고, 그때부터 ‘줄일 수 있는 건 줄이자’는 다짐으로 실천을 시작했다.

 


실천 초기의 시행착오

제로웨이스트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처음엔 무엇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려 했지만 매번 챙기기를 잊었고, 장바구니도 집에 놓고 나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무의식적으로 배달을 시키거나 편의점에서 일회용 도시락을 사는 일도 여전했다. 내가 느낀 건, 제로웨이스트는 ‘행동’보다 ‘의식’을 먼저 바꾸는 일이었다. 소비 전에 ‘내가 이걸 정말 필요로 하는가?’, ‘이 소비로 인한 쓰레기를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부터 들여야 했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천천히 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루틴을 만들어갔다.

 

실생활에서 적용한 제로웨이스트 노하우

장보기: 비닐 없는 쇼핑법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대부분 포장을 거절할 수 있다. 나는 재사용 가능한 망사 가방과 스테인리스 용기를 들고 다녔다. 생선이나 고기를 살 때 상인에게 "이 용기에 담아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자주 방문하면서 익숙해졌다. 대형마트에 비해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한 경우가 많아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주방: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음식을 계획적으로 조리하고, 남은 식재료는 냉동 보관하거나 국물 내기용으로 활용했다. 커피 찌꺼기는 탈취제로, 계란 껍질은 화분 거름으로 썼다. 냉장고를 관리하면서 식자재 낭비가 줄었고, 덩달아 쓰레기 봉투도 한 달에 두 번만 버리면 충분했다.

욕실: 플라스틱 없는 욕실 만들기
대나무 칫솔, 고체 샴푸, 고체 치약, 천연 수세미로 욕실을 채웠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지만, 피부 트러블이 줄고 자연에 부담을 덜 준다는 생각에 꾸준히 사용하게 되었다. 쓰레기통이 거의 비어 있는 욕실을 보며 실천의 의미를 새삼 느꼈다.

외출 시 쓰레기 줄이기
텀블러, 손수건, 포크세트는 외출 필수템이 되었다. 특히 외식할 때 종이컵이나 일회용 수저를 거절하고 내 것을 사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했지만, 점점 그런 실천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가족과의 마찰, 그리고 변화

내가 실천을 시작했을 때, 가족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아버지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불편한 걸 왜 하냐”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강요하지 않고 내 실천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줄고, 청소 빈도가 낮아지자 부모님도 차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먼저 “이건 재활용 되는 거지?”라고 물으셨을 때, 마음속 깊이 뿌듯함을 느꼈다. 제로웨이스트는 가족이 함께할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제로웨이스트가 바꾼 삶의 방향

소비 습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필요 없는 쇼핑은 줄었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지’, ‘수리 가능한 구조인지’를 따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지출이 줄어들었고, 여유 자금은 독서나 여행 등 경험에 투자할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훨씬 가볍고 자유로워졌다. ‘쓰레기를 줄이는 삶’은 결과적으로 나의 삶 전체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만들었다.

 

실천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전하는 현실 조언

제로웨이스트는 완벽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 중요한 건 작은 실천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배달 없이 집밥을 먹어보자.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텀블러를 들고 가보자. 처음엔 불편할 수 있지만, 일상이 되면 자연스럽다. ‘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자긍심은 생각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실천은 어렵지 않다. 용기 있는 첫걸음이면 충분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1년간의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나에게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위해 소비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삶의 성찰의 과정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방향이고,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려는 용기다.
당신도 오늘부터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해보자. 당신의 작은 실천이 지구에게는 큰 선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