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했다고 끝이 아니다. 시작일 수도 있다.”
양치가 끝난 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치약 튜브를 쓰레기통에 넣는다.
샴푸가 다 떨어지면, 플라스틱 용기를 헹궈서 분리수거함에 넣는다.
그리고는 안심한다.
“나는 재활용했어.”
“이건 플라스틱이니까 분리배출했으니 괜찮겠지.”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가 매달 버리는 치약 튜브와 샴푸 용기들이
정말 재활용되고 있을까?
현실은 다르다.
이 쓰레기들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재활용이 불가능한 이유가 명확하다.
이 글은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치약 튜브와 샴푸 용기가 왜 재활용이 어려운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1. ‘플라스틱’이라서 분리배출했는데… 왜 재활용이 안 될까?
문제의 핵심: ‘플라스틱’은 하나가 아니다
‘플라스틱’이라는 단어는
마치 단일한 재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십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합성수지 소재의 총칭이다.
특히 치약 튜브와 샴푸 용기는
다양한 복합 재질로 이루어져 있어
분리와 분해가 매우 어렵다.
2. 치약 튜브: 얇고 유연하지만, 재활용은 어렵다
구조적 문제: 치약 튜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 외부: 인쇄가 가능한 폴리에틸렌(PE) 또는 폴리프로필렌(PP)
- 중간층: 알루미늄 막 → 산소 차단 및 내용물 보존
- 내부: 내용물과 접촉하는 LDPE (저밀도 폴리에틸렌)
즉, 하나의 튜브 안에 2~3가지 이상의 재질이 압착된 복합재질이라는 것.
이 복합재질은 일반적인 분리시설에서 분리 불가.
재질을 따로 나눌 수 없기에 → ‘재활용 불가’ → 소각 또는 매립 처리됨.
실사용 후 오염도
또 하나의 문제는 내용물 잔여.
- 100% 다 짜내기도 어렵고
- 물로 깨끗하게 세척하기도 어려움
- 내용물이 남아 있을 경우 → 비위생, 악취, 분리기 거부
치약 튜브는 대부분 ‘플라스틱 쓰레기’로 분리되어도
실제론 재활용되지 못하고 종량제 봉투로 이동한다.
3. 샴푸 용기: 단일 재질이지만 문제는 ‘구조’와 ‘오염도’
샴푸 용기의 경우
보통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나 PET로 만들어진다.
즉, 이론상으로는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문제 1: 펌프 구조
- 샴푸 용기 대부분은 펌프 구조로 되어 있음
- 펌프 헤드는 플라스틱 + 금속 스프링 + 고무 실링 등 복합소재
- 이 구조는 기계적 분해가 어렵고
→ 재활용 라인에서 걸러지거나 제외됨
문제 2: 세척의 어려움
- 내부에 남아 있는 점성 있는 샴푸 잔여물
- 뚜껑 안쪽, 펌프 내부에 끼어 있는 잔샴푸
→ 세척이 미흡하면 전체 용기가 오염 폐기물 처리됨
문제 3: 색상과 디자인
- 선명한 색의 용기 (예: 불투명 블루, 검정 등)는
→ 분류기에서 ‘불량 색상’으로 인식되어 자동 분리됨
→ 무색 PET만 재활용률이 높음
샴푸 용기는 단일 플라스틱이라 해도,
구조와 오염도가 높아 실제 재활용 확률은 낮다.
4. 그럼에도 왜 여전히 플라스틱 용기가 쓰이고 있을까?
생산과 유통의 효율성
→ 가볍고 가공이 쉬우며 대량생산 가능
위생과 보존력
→ 내용물 보호에 유리
소비자의 익숙함
→ 사용 편리, 브랜드 마케팅에 용이
하지만 이 편리함의 끝은
“눈에 보이지 않는 폐기물의 산”이 된다.
5. 대안은 없을까? 고체 제품과 리필 제품으로의 전환
고체 치약과 고체 샴푸에 대한 수요는 이러한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고체 제품의 장점
- 포장재 최소화 (종이, 생분해성 포장 등)
- 유통 과정 중 탄소배출량 감소
- 보관 기간 길고 쓰레기 거의 없음
- ‘1회용 플라스틱’ 소비 0%
리필 제품의 가능성
- 리필 전용 매장 확대 (리필스테이션)
- 소분기기 + 유리용기 활용 가능
- 브랜드사들도 리필형 제품 출시 중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불필요한 쓰레기를 하나라도 덜 내는 선택의 반복이다.
6.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5가지 방법
① 치약 튜브는 ‘완전히’ 짜서, 잔여물 최소화 후 폐기
- 튜브 전용 스크레이퍼 사용
- 마지막엔 가위로 잘라 내용물 닦아내기
② 샴푸 용기 펌프는 분리해서 배출
- 가능하면 펌프를 돌려서 본체와 분리
- 펌프는 일반쓰레기, 본체는 세척 후 분리배출
③ 유색 용기 대신 투명 PET 제품 우선 선택
- 투명한 플라스틱이 재활용률이 가장 높음
④ 고체 치약과 고체 샴푸 체험 제품부터 사용해보기
- 처음부터 대용량 구입 X
- 소형 제품으로 사용감 체크 후 정착
⑤ 리필 가능한 브랜드 중심으로 소비 습관 전환
- 리필 가능한 용기 구비
- 리필 가능한 브랜드와 제품 탐색
- 구매 전 “이건 끝나면 어떻게 처리하지?” 스스로 질문해보기
분리배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분리배출 = 재활용 = 해결’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재활용의 실체는
생각보다 훨씬 제한적이며
우리의 ‘소비 습관’과 ‘선택’이 바뀌지 않으면
재활용률은 달라지지 않는다.
치약 튜브 하나, 샴푸 용기 하나.
그 작은 용기가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고 지구 어딘가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
그걸 쓰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지속 가능한 실천의 시작일 것이다.
완벽하게 실천할 수 없더라도
하나씩, 덜 사기.
하나씩, 오래 쓰기.
하나씩, 대안 찾기.
이것이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진짜 분리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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